엑스맨을 처음부터 보겠다고 마음먹으면 가장 먼저 막히는 질문이 ‘그래서 1편이 데드풀이야, 엑스맨이야?’입니다. 친구에게서 실제로 들은 이 물음에는 시리즈가 헷갈리는 이유가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20세기 폭스는 2000년부터 24년 동안 14편을 내놓았고, 그사이 시간 여행으로 타임라인을 한 번 뒤집었습니다. 울버린 단독작 세 편은 본편과 따로 움직였고, 데드풀은 그 틈을 비집고 제멋대로 들어왔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개봉 연도만 따라가면 2011년 작품에서 갑자기 19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2023년으로 건너뛰게 되어 머릿속이 엉킵니다. 그래서 개봉순이 왜 함정이 되는지, 시간순으로 바꾸면 무엇이 정리되는지, 2024년에 나온 ‘데드풀과 울버린’이 이 큰 세계관의 어디쯤 놓이는지를 차례로 짚어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디즈니+에 올라와 있으니, 순서만 정하면 오늘 밤에라도 첫 편을 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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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순서는 왜 이렇게 헷갈릴까요?
헷갈림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먼저 본편이 두 세대로 갈라져 있습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휴 잭맨이 이끈 ‘올드 팀’ 3부작이 한 덩어리이고, 2011년 ‘퍼스트 클래스’부터는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젊은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를 맡은 ‘뉴 팀’ 4부작이 따로 이어집니다.
두 세대가 만나는 작품이 2014년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인데, 시간 여행으로 둘을 잇는 과정에서 앞서 일어난 사건 일부를 없던 일로 돌려놓습니다. 그 결과 같은 인물이라도 어느 영화를 보느냐에 따라 미래가 조금씩 다르게 그려집니다. 여기에 울버린 단독작 세 편과 데드풀 시리즈가 본편과는 다른 분위기로 따로 움직인다는 점이 세 번째 이유입니다. 특히 2017년 ‘로건’은 사실상 별개의 미래를 그린 작품이라, 본편 연표에 억지로 끼워 넣으면 오히려 감상이 흐려집니다. 이 세 갈래를 먼저 알고 나면 아래 순서가 훨씬 쉽게 들어옵니다.
개봉순으로 보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개봉 순서대로 보는 방식에도 장점은 있습니다. 2000년 첫 ‘엑스맨’(TMDB 평점 7.0)이 슈퍼히어로 영화의 분위기를 어떻게 세웠고, 2003년 ‘엑스맨 2’(7.0)가 그것을 어떻게 넓혔는지 제작된 흐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가 갈수록 CG와 액션이 달라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는 재미도 분명합니다.
막히는 곳은 중반입니다. 2006년 ‘최후의 전쟁’을 보고 2011년 ‘퍼스트 클래스’로 넘어가면 무대가 단숨에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옮겨 가고, 시대도 인물도 앞 편과 전혀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2014년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미래와 과거를 오가며 앞에서 본 사건을 뒤집어 놓기 때문에, 처음 보는 분은 ‘아까 죽은 캐릭터가 왜 살아 있지?’ 하며 화면을 멈추게 됩니다. 입문하는 분께 개봉순보다 시간순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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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분은 어떤 순서로 보면 좋을까요?
작품 속 연대를 따라가면 이야기가 끊기지 않고 이어집니다. 첫 편은 2011년 작 ‘퍼스트 클래스’(평점 7.3)입니다. 매튜 본 감독이 1962년을 배경으로 찰스(제임스 맥어보이)와 에릭(마이클 패스벤더)이 친구로 만났다가 등을 돌리는 과정을 그렸고,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비극이 바로 이 갈라섬에서 출발합니다.
다음으로 1973년이 배경인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7.5)를 보면 두 세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드러납니다. 뒤이어 1983년의 ‘아포칼립스’(6.5)와 1992년의 ‘다크 피닉스’(6.0)로 뉴 팀 4부작을 마무리합니다. 그런 다음 2000~2006년 올드 팀 3부작으로 넘어가면 같은 세계의 다음 시기를 이어 보는 감각이라 흐름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순서를 한눈에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퍼스트 클래스(1962)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1973) → 아포칼립스(1983) → 다크 피닉스(1992) → 엑스맨(2000) → 엑스맨 2 → 최후의 전쟁. 시대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니 머릿속에서 연표를 다시 맞출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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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린 3부작은 언제 보면 될까요?
휴 잭맨이 주연한 울버린 단독작은 모두 세 편입니다. 2009년 ‘엑스맨 탄생: 울버린’(6.3)은 그의 과거와 뼈에 아다만티움이 입혀지는 기원을 다루지만, 본편과 설정이 조금씩 어긋나 평가가 갈립니다. 연대로는 가장 앞서는 이야기여도 반드시 먼저 볼 필요는 없는 이유입니다.
2013년 ‘더 울버린’(6.4)은 ‘최후의 전쟁’ 이후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이야기라서 올드 팀 3부작을 끝낸 직후에 이어 보면 매끄럽습니다. 2017년 ‘로건’(7.8)은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2029년의 황폐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사실상 독립된 이야기입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이 영화를 슈퍼히어로물보다 서부극처럼 찍었고, 휴 잭맨의 울버린이 작별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그만큼 앞선 작품들을 충분히 보고 난 뒤 마지막에 따로 보시기를 강하게 권합니다. 그동안 함께 보낸 시간이 쌓여 있어야 이 작별이 제대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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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 시리즈와 데드풀과 울버린은 어디에 놓일까요?
라이언 레이놀즈의 데드풀은 처음부터 본편과 떨어져서 움직입니다. 2016년 1편(7.6)과 2018년 2편(7.5)은 R등급 코미디라 분위기부터 다르고, 본편 사건을 언급하더라도 농담처럼 슬쩍 던지는 데 그칩니다. 그러니 본편을 어느 정도 본 다음 잠시 머리를 식히는 용도로 끼워 넣어도 괜찮습니다.
순서에서 정말 중요한 작품은 2024년 ‘데드풀과 울버린’(7.6)입니다. 숀 레비 감독의 이 영화에서 데드풀은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휴 잭맨의 울버린을 다시 불러냅니다. 무엇보다 폭스의 엑스맨 세계관과 디즈니의 MCU를 공식적으로 이어 주는 작품이라는 점이 크습니다. 24년에 걸친 폭스 엑스맨이 이 한 편으로 마침표를 찍고, 앞으로 MCU에서 펼쳐질 뮤턴트 이야기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그래서 로건까지 모두 본 뒤 정주행의 맨 끝에 배치하면 반가운 얼굴이 나올 때마다 훨씬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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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부족하면 어떤 4편을 보면 될까요?
14편을 모두 볼 여유가 없다면 줄여서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퍼스트 클래스’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 ‘로건’ → ‘데드풀과 울버린’ 네 편이면 시리즈의 출발과 갈림길, 감정이 가장 깊어지는 순간, MCU로 넘어가는 연결까지 빠짐없이 지나갈 수 있습니다.
네 편의 마지막인 데드풀과 울버린을 보고 나면 MCU로 넘어갈 준비도 함께 끝납니다. 뮤턴트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정식으로 들어오는 흐름이라, 이후 마블 신작에 낯익은 얼굴이 나와도 맥락을 몰라 당황할 일이 줄어듭니다. 다만 위의 순서와 압축 코스는 보기 편하도록 묶어 본 것일 뿐이고, 몇몇 작품의 타임라인 해석은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정답을 맞히려 애쓰기보다 자기 속도대로 즐기시는 편이 낫습니다. 거의 모든 작품을 디즈니+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으니, 시작 전에 서비스 안에서 제목을 한 번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처음 엑스맨을 보는 분이라면 퍼스트 클래스에서 출발하는 시간순이 가장 덜 헷갈립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흐름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개봉순도 괜찮지만, 시간 여행이 나오는 구간에서는 한 번쯤 혼란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울버린 3부작 가운데 ‘로건’과 2024년 ‘데드풀과 울버린’은 어느 순서를 고르든 맨 마지막에 두어야 여운이 가장 크게 남습니다. 시간이 빠듯하다면 퍼스트 클래스·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건·데드풀과 울버린 네 편만으로도 큰 줄기는 충분히 잡힙니다.
엑스맨을 끝낸 뒤에도 정주행할 시리즈를 찾고 있다면, 제임스 건이 새로 연 DC 유니버스의 시청 순서와 발레리나·컨티넨탈까지 아우른 존 윅 세계관 순서도 따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다만 R등급 농담이 이어지는 데드풀이나 무거운 로건이 부담스러운 분은 본편 위주로만 골라 보셔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