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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관람평 | 박신양의 복귀와 장례식장에서 시작되는 구마 의식

죽은 딸의 목소리를 듣는 아버지와 구마를 맡았던 신부가 대립하는 오컬트 영화입니다. 박신양·이민기·이레의 연기, 장례 사흘의 설정과 공포의 설득력에 대한 아쉬움을 살펴봅니다.

📋 이 글에서 다루는 것
  • •장례 사흘이라는 설정은 어떻게 긴장을 만드나요?
  • •아버지 승도와 신부 해신은 어떤 사이인가요?
  • •운명, 입관, 발인으로 나뉜 구성은 어떤가요?

사흘은 구마 의식 도중 딸을 잃은 아버지가 장례를 치르는 사흘 동안 죽은 딸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오컬트 호러로, 짧은 공포 한 편을 원하는 밤에 고를 만하지만 극한의 공포를 기대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현문섭 감독이 연출했고, 2024년 11월 14일에 개봉했습니다. 러닝타임은 94분, 등급은 15세이상관람가입니다. 박신양이 흉부외과 의사 차승도를, 이레가 그의 딸 차소미를, 이민기가 신부 해신을 연기하며, 박신양에게는 박수건달 이후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입니다. 포스터에 적힌 장례 3일, 죽은 심장이 깨어나는 시간이라는 문구처럼, 이야기는 입관에서 발인까지 남은 시간 안에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무언가를 막아야 하는 상황으로 흘러갑니다.


설정만 보면 긴장감 있는 오컬트를 기대하게 되지만, 개봉 직전 아이즈의 이경호 기자는 그 기대를 낮추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이야기가 장으로 나뉘어 짜임새 있어 보여도 상황만 있고 이유는 없으며, 오컬트에서 기대하는 극한의 공포는 끝내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극장에서 본 관객들의 평가도 높지 않아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5.8입니다. 그러니 결말을 모르더라도 94분이라는 길이와 15세 등급, 그리고 이런 평을 함께 놓고 오늘 밤에 맞는 영화인지 가늠해 보시면 됩니다.


장례 사흘이라는 설정은 어떻게 긴장을 만드나요?

아버지에게 장례는 딸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죽은 딸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애도와 공포가 충돌합니다. 발인까지 시간이 줄어드는 설정도 긴박함을 더합니다.


구마 의식과 빈소라는 두 공간을 연결한 점은 흥미롭습니다. 다만 시간제한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긴장이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의식의 규칙과 인물의 선택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이어지는지가 중요합니다. 개봉 당시 평론에서 아쉬움을 지적한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흘 포스터, 관과 십자가 아래 선 박신양과 사제복의 이민기🔍 크게 보기
ⓒ 쇼박스

아버지 승도와 신부 해신은 어떤 사이인가요?

두 사람은 같은 죽음을 정반대로 받아들이는 사이입니다. 흉부외과 의사 차승도는 딸 소미가 원인 모를 이상 행동을 보이자 구마 의식으로 딸을 지키려 했는데, 그 의식 도중 소미가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승도는 죽은 딸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딸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라는 점이 이야기의 출발이고, 근조화환 옆에서 양복 차림으로 천을 매만지는 박신양의 스틸에도 그 막막함이 담겨 있습니다.


이민기가 연기하는 해신은 그 구마 의식을 진행했던 신부입니다. 그는 소미가 죽은 뒤에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존재가 남아 있음을 깨닫고, 승도에게 죽은 딸이 깨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딸이 숨진 자리가 바로 그 신부의 의식이었으니 승도에게 그 말이 쉽게 들릴 리 없습니다. 한 사람에게 사흘은 애도의 시간이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무언가를 막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볼 때는 아버지와 신부,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딸, 세 인물의 관계에 집중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장윤석이 병실 의사로 출연하는 등 다른 인물들도 있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이 세 사람이고, 이들의 관계가 흔들리면 94분은 인물 소개만 하다 끝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흘 스틸, 근조화환 옆에서 양복을 입은 박신양🔍 크게 보기
ⓒ 쇼박스

운명, 입관, 발인으로 나뉜 구성은 어떤가요?

아이즈의 평은 운명, 입관, 발인으로 장을 나누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이 호기심을 만든다고 봤습니다. 반면 인물과 악령이 맞서는 상황에 비해 원인과 규칙을 설명하는 과정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장의 구분이 뚜렷한 것과 이야기가 충분히 연결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악령이 무엇을 원하는지, 인물들이 왜 특정한 의식을 선택하는지 납득되지 않으면 공포보다 설정의 빈틈이 먼저 보일 수 있습니다.


세 배우가 각자의 장면에서 보여 주는 감정이 하나의 이야기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상실의 드라마와 구마 의식의 공포가 잘 어우러지는지가 이 작품을 볼 때 살펴볼 부분입니다.


사흘 스틸, 사제복의 이민기가 침대 쪽으로 손을 뻗고 묵주를 쥐고 있다🔍 크게 보기
ⓒ 쇼박스

박신양의 복귀작으로서 볼 만한가요?

박신양을 다시 스크린에서 본다는 의미는 분명하지만, 공포의 강도까지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경호 기자는 엔딩 크레디트가 오를 때 호기심이 탄식으로 바뀐다고 썼습니다. 박신양의 11년 만의 복귀, 한국적인 정서에 서양 오컬트를 겹쳤다는 점이 관람 전의 기대였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그 기대가 무너진다는 뜻입니다. 구마와 악령의 힘, 그것을 물리치는 도구가 밋밋해 술자리에서 듣는 도시 괴담 정도에 그친다는 표현까지 있으니, 극한의 공포를 원하는 분이라면 이 평을 먼저 참고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난데없이 러시아 정교회가 언급되는데 주인공들과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도구와 종파가 설명 없이 스쳐 가면 관객은 무서움을 느끼기보다 설정을 하나하나 따져 보게 되고, 그만큼 몰입이 끊기기 쉽습니다. 사제복을 입은 해신이 묵주를 쥐고 침대 쪽으로 손을 뻗는 스틸처럼 의식 장면의 분위기는 갖추었지만, 그 의식이 왜 통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는 평입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이야기는 촬영장에서 나왔습니다. 언론시사회 뒤 간담회에서 박신양은 시체 보관소 장면을 찍을 때, 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아버지가 관리인을 내보내고 철제 침대 곁을 지키는 대목에서 침대가 혼자 움직였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침대를 붙잡은 채 촬영을 이어 갔고, 누가 밀었느냐는 질문에 밀 사람이 없었다고 답하며 농담처럼 악마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는 촬영장의 일화일 뿐, 영화 속 공포의 크기와는 별개로 보셔야 합니다.


어떤 공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맞을까요?

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구마를 맡았던 신부의 대립에 관심이 있다면 고를 만합니다. 박신양·이민기·이레의 연기를 중심으로 보는 관객에게도 볼 이유가 있습니다.


반면 악령의 정체와 퇴치 규칙이 치밀하게 설명되는 오컬트나 강한 공포를 최우선으로 원한다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어린 자녀의 죽음과 장례를 다루므로 소재 자체가 힘겹게 느껴지는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흘 스틸, 빨간 조명 아래 사제복을 입은 이민기🔍 크게 보기
ⓒ 쇼박스

사흘 다음에 볼 만한 오컬트 영화가 있을까요?

구마를 전면에 내세운 한국 영화를 더 보고 싶다면 검은 사제들이 절차와 긴장감 면에서 더 분명합니다. 악령의 정체보다 믿음과 의심 사이의 불안을 오래 곱씹고 싶다면 곡성을, 서양 구마 영화의 원형과 비교해 보고 싶다면 엑소시스트를 고르시면 됩니다. 사흘에서 아쉬웠던 이유의 빈자리를 이 영화들이 대신 채워 줄 수는 없지만, 같은 소재가 어떻게 다르게 다뤄지는지 비교하는 재미는 있습니다.


사흘을 지금 보시려면 보시는 날 이용하는 앱에서 제목을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2024년 11월 14일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이니 재상영보다는 주문형이나 구독 서비스로 만나실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94분짜리 한 편을 위해 한 달 구독을 새로 시작할 생각이라면, 앞서 말씀드린 호불호를 먼저 가늠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는 딸의 죽음과 장례 사흘이라는 제한 시간을 처음부터 밝히고 시작하므로, 마지막에 숨겨진 큰 반전이 모든 것을 뒤집어 주리라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이야기는 아버지가 죽은 딸의 목소리를 듣고, 신부가 깨어나려는 존재를 막으려 하는 흐름으로 이어지는데, 평론이 아쉬워한 것은 마지막 장면의 정체보다 그 장면까지 가는 이유가 비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결말에서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기를 바라면 허전할 수 있고, 상실 앞에 선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데 의미를 두는 분이라면 끝까지 볼 만합니다.


사흘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상실과 오컬트 의식을 짧은 시간 안에 엮은 영화라, 박신양의 복귀를 직접 확인하고 싶거나 상실을 다룬 공포 드라마에 관심이 있는 분께 맞습니다. 반면 극한의 공포와 촘촘하게 설명되는 오컬트 세계관을 기대하는 분이라면 개봉 당시의 아쉬운 평처럼 허전함이 먼저 남을 수 있으니, 검은 사제들이나 곡성 같은 다른 선택지를 먼저 떠올려 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