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이름은 권력이 됩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여러 세대가 흐른 세계에서 젊은 침팬지 노아가 겪는 모험을 그립니다. 앞선 주인공의 귀환을 기다리기보다, 그가 남긴 가르침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보는 영화입니다. 시리즈를 알아야 더 깊이 와닿는 부분이 있지만, 노아의 여정부터 따라가도 이야기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웨스 볼이 연출하고 오웬 티그, 프레이아 앨런, 케빈 두런드가 출연합니다. 한국에서는 2024년 5월 8일 개봉했으며 144분, 12세이상관람가입니다. 빠른 액션만 기대하기보다는 새로운 세계와 인물에 익숙해질 시간을 두고 보는 편이 좋습니다.
이번 주인공 노아는 시저를 직접 알지 못하는 먼 후대의 침팬지입니다. 매를 다루는 무리에서 살던 노아는 마을이 습격당한 뒤 끌려간 동료들을 찾아 나섭니다. 길에서 만난 라카를 통해 시저의 가르침도 알아갑니다.
프록시무스는 시저의 이름을 앞세우지만 그의 가르침을 자기 권력에 이용합니다. 앞선 시리즈를 본 관객이라면 같은 이름이 다른 구호로 쓰이는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처음 보는 관객도 노아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지만, 전작을 알면 그 차이가 더 잘 보입니다.
노아는 끌려간 무리를 찾으려고 길을 떠납니다. 말을 할 줄 아는 인간 메이도 그와 동행하지만, 두 사람이 바라는 결과가 같지는 않습니다. 피터 메이컨이 연기한 오랑우탄 라카는 시저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또 다른 관점을 보여줍니다.
프록시무스는 다른 무리를 부려 인간의 기술이 잠든 금고를 열려고 합니다. 윌리엄 H. 머시의 트레버선은 그에게 인간의 역사를 가르칩니다. 금고를 둘러싼 목적이 갈리면서 노아와 메이의 동행에도 긴장이 생깁니다.
기존 집계의 로튼토마토 평론가 지수는 80%, 메타크리틱은 66점입니다. 시네마스코어 B는 개봉 초 관객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이므로 이 수치들을 같은 척도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평론에서는 유인원의 표정과 액션을 구현한 시각효과가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반면 앞선 시저의 이야기에 비해 인물과 갈등의 힘이 약하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완결된 비극을 기대하는지, 새 세대의 모험을 기대하는지에 따라 인상이 달라질 만합니다.
노아가 살던 마을과 길 위의 동행, 해안 왕국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세계를 넓힙니다. 추격만 빠르게 이어지는 영화는 아니어서 대화가 많은 중간 부분은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을이 습격당하고 무리가 끌려가는 위협이 나옵니다. 어린이와 볼 때는 유인원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밝은 동화를 기대하기보다, 폭력과 상실이 있는 모험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좋습니다.
시저가 죽고 여러 세대가 흐른 뒤 젊은 침팬지 노아가 중심에 서는 독립 후속작이라, 앞의 시리즈를 몰라도 따라갈 수 있고 시리즈를 아는 분께는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제작비는 1억 2,000만에서 1억 6,000만 달러 사이로 알려져 있고, 한국 개봉 첫 주말 수입은 320만 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고를 때 따져 볼 것은 흥행 숫자보다 이야기의 성격입니다. 144분 동안 유인원의 표정과 세계를 천천히 쌓아 가는 영화이니, 빠른 액션만 기대하시면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유인원의 얼굴을 표현하는 기술이 이 시리즈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뜻입니다. 웨타는 앞의 세 편에도 참여했습니다. 오웬 티그는 플로리다의 유인원 보호 시설에서 침팬지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노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호기심 많은 침팬지 한 마리가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화려한 효과를 자랑하기보다 표정이 읽히는 유인원을 주인공으로 세우는 데 공을 들인 영화입니다.
속편은 개발 중이라 이 한 편으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습니다. 완결편처럼 보면 결말이 허전하게 느껴지고, 새로운 이야기의 첫 편으로 보면 남겨 둔 여백이 이해됩니다. 로튼토마토 총평도 최고의 자리는 내주었지만 이어질 이유는 남겼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계속 따라갈 생각이 있는 분, 표정이 살아 있는 유인원 연기를 큰 화면으로 보고 싶은 분께 잘 맞습니다. 반대로 한 편으로 깔끔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속편이 나온 뒤에 이어서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